이재현 교수, 업계 설문조사 발표…경평 '허들'·VAT 이중고도 걸림돌
[위험분담제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
제약업계는 약제 위험분담계약제(Risk Sharing Arrangements, RSA)가 꼭 필요한 기전이라고 판단하지만, 급여기준과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일반 신약과 매한가지로 경제성평가(이하 경평)를 필수적으로 거치는 등 맹점이 많아 제도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청구금액 기준으로 산출되는 환급액에 대한 부가가치세(VAT)가 별도로 업체 부담으로 돌아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점도 정부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성균관대약대 이재현 교수는 오늘(10일) 낮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주최로 '4대 중증질환자 비급여 고가 치료제 부담완화를 위한 위험분담제 개선책'을 주제로 열리는 정책토론회에서 업계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현장 목소리를 통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
▲ 위험분담계약제로 계약한 신약들(2015년 10월 현재 기준).
RSA는 고가 약제의 환자 접근성과 급여 보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2013년 도입(지난해 시행)한 약가제도 기전이다. 지난달까지 RSA로 등재된 약제는 에볼트라주를 비롯해 얼비툭스, 레블리미드캡슐, 엑스탄디연질캡슐, 잴코리캡슐, 솔리리스주, 피레스파정 총 7개 약제다.
정부와 근거생산 조건부 계약을 한 에볼트라주 외에 나머지는 모두 환급형 유형을 채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도 한계와 맹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는 제도 시행 2년 시점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고, 보다 실효적인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 교수팀이 업계 약제 보험등재 관련 업무 담당자 총 28개 업체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중 응답자는 53명이며, 전문가 포커스 그룹 심층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자 80% "RSA 필요하지만 유용하지 않다"…개선 불가피
제약계는 RSA로 인해 신약 등재의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는 점과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을 큰 의미로 꼽았다. 신약 등재를 위한 높은 '허들'을 약간 낮추기 위한 차선책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거창한 이름만큼 유용하지 않은 세부 기준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응답자 53명 중 RSA 기전을 사용해 급여등재에 성공한 약가 담당자들은 26.4%(14명)에 불과했다. 이 중 RSA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담당자는 10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은 일반 신약과 다름없이 경평을 거쳤다가 실패했다. 20%는 적용 범위가 맞지 않아서, 20%는 RSA 유형이 제한적이어서 결국 RSA 문턱에서 좌절했다.
RSA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이들은 일반 신약 적용 시 경평에서 ICER 임계값이 너무 낮게 평가 받은 점을 꼽았다. 즉, 경평 허들로 인해 신약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SA를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 우리나라 약가를 중국이나 서아시아 등 큰 시장을 가진 외국에서 참조한다는 점과 대체제가 없는 희귀질환 약제 등 사유를 갖고 있었다. 반면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가격 노출, 금융비용 등의 우려로 RSA를 포기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SA에 대해 업계는 필요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팀은 1점(전혀 불필요)부터 5점(매우 필요)까지 계수화 해 제도 유지 필요성을 물었는데, 필요하다는 긍정적 답변인 4~5점이 무려 80%에 달했다.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50%가 4~5점의 점수를 줘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유용성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43.8%에 달하는 응답자가 1~2점을 줘, 유용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4~5점을 준 응답자는 20.9% 뿐이었다. 그만큼 제도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무려 84%가 이에 해당하는 1~2점을 줬다.
RSA 대상 약제 범위에 대해서는 응답자 80%가 확대를 요구했다. 현행 범위가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고, 되려 축소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뿐이었다.
업계 "재계약·급여기준 부분 등 사후관리 규정 고쳐야"
RSA는 필요한데, 유용성이 떨어지는 만큼 제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후관리 규정에 대한 물음(복수응답)에서 응답자 88.4%는 RSA 계약기간 동안 급여기준 확대 적용을 허용해야 하고, 69.8%가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재계약 기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67.4%가 공단과 업체 간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개정할 수 있는 기전 마련을, 65.1%가 계약 연장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 등을 제안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체결되는 RSA 유형인 환급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96.1%가 환금액 금융비용과 담보제공, 전액 본인부담 환자 환급 관련 업무처리비용 등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토로했다.
전액 본인부담환자 환급액 처리 과정상 문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47.4%가 환자 환급이 필요없다고 답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사전에 전액 본인부담에 대한 동의를 구한만큼 환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선 우선순위…경평 면제 > 급여기준 확대 > 적용대상 제한 완화
그렇다면 업계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RSA 규정 개선이 무엇이라고 꼽았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0부터 8까지의 지수로 답하는 문항 중에서 경평자료 제출 완화에 6.15점을 부여해 개선해야할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대체제가 없는 고가약제들이 RSA로 진입을 하는 상황에서 일반 신약과 동일하게 경평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RSA 계약기간 중 급여기준이 확대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6.1점을 부여했고, RSA 적용 대상 제한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항목에도 5.02점을 줬다.
설문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업계가 제도 유지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제도 운영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정리하고 급여기준 확대 적용과 경평·적용대상 완화, VAT 이중고 등 현장에서 겪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주 기자 (jj0831@dailypharm.com)
이재현 교수, 업계 설문조사 발표…경평 '허들'·VAT 이중고도 걸림돌
[위험분담제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
제약업계는 약제 위험분담계약제(Risk Sharing Arrangements, RSA)가 꼭 필요한 기전이라고 판단하지만, 급여기준과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일반 신약과 매한가지로 경제성평가(이하 경평)를 필수적으로 거치는 등 맹점이 많아 제도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청구금액 기준으로 산출되는 환급액에 대한 부가가치세(VAT)가 별도로 업체 부담으로 돌아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점도 정부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성균관대약대 이재현 교수는 오늘(10일) 낮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주최로 '4대 중증질환자 비급여 고가 치료제 부담완화를 위한 위험분담제 개선책'을 주제로 열리는 정책토론회에서 업계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현장 목소리를 통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
▲ 위험분담계약제로 계약한 신약들(2015년 10월 현재 기준).
RSA는 고가 약제의 환자 접근성과 급여 보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2013년 도입(지난해 시행)한 약가제도 기전이다. 지난달까지 RSA로 등재된 약제는 에볼트라주를 비롯해 얼비툭스, 레블리미드캡슐, 엑스탄디연질캡슐, 잴코리캡슐, 솔리리스주, 피레스파정 총 7개 약제다.
정부와 근거생산 조건부 계약을 한 에볼트라주 외에 나머지는 모두 환급형 유형을 채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도 한계와 맹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는 제도 시행 2년 시점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고, 보다 실효적인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 교수팀이 업계 약제 보험등재 관련 업무 담당자 총 28개 업체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중 응답자는 53명이며, 전문가 포커스 그룹 심층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자 80% "RSA 필요하지만 유용하지 않다"…개선 불가피
제약계는 RSA로 인해 신약 등재의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는 점과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을 큰 의미로 꼽았다. 신약 등재를 위한 높은 '허들'을 약간 낮추기 위한 차선책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거창한 이름만큼 유용하지 않은 세부 기준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응답자 53명 중 RSA 기전을 사용해 급여등재에 성공한 약가 담당자들은 26.4%(14명)에 불과했다. 이 중 RSA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담당자는 10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은 일반 신약과 다름없이 경평을 거쳤다가 실패했다. 20%는 적용 범위가 맞지 않아서, 20%는 RSA 유형이 제한적이어서 결국 RSA 문턱에서 좌절했다.
RSA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이들은 일반 신약 적용 시 경평에서 ICER 임계값이 너무 낮게 평가 받은 점을 꼽았다. 즉, 경평 허들로 인해 신약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SA를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 우리나라 약가를 중국이나 서아시아 등 큰 시장을 가진 외국에서 참조한다는 점과 대체제가 없는 희귀질환 약제 등 사유를 갖고 있었다. 반면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가격 노출, 금융비용 등의 우려로 RSA를 포기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SA에 대해 업계는 필요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팀은 1점(전혀 불필요)부터 5점(매우 필요)까지 계수화 해 제도 유지 필요성을 물었는데, 필요하다는 긍정적 답변인 4~5점이 무려 80%에 달했다.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50%가 4~5점의 점수를 줘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유용성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43.8%에 달하는 응답자가 1~2점을 줘, 유용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4~5점을 준 응답자는 20.9% 뿐이었다. 그만큼 제도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무려 84%가 이에 해당하는 1~2점을 줬다.
RSA 대상 약제 범위에 대해서는 응답자 80%가 확대를 요구했다. 현행 범위가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고, 되려 축소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뿐이었다.
업계 "재계약·급여기준 부분 등 사후관리 규정 고쳐야"
RSA는 필요한데, 유용성이 떨어지는 만큼 제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후관리 규정에 대한 물음(복수응답)에서 응답자 88.4%는 RSA 계약기간 동안 급여기준 확대 적용을 허용해야 하고, 69.8%가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재계약 기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67.4%가 공단과 업체 간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개정할 수 있는 기전 마련을, 65.1%가 계약 연장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 등을 제안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체결되는 RSA 유형인 환급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96.1%가 환금액 금융비용과 담보제공, 전액 본인부담 환자 환급 관련 업무처리비용 등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토로했다.
전액 본인부담환자 환급액 처리 과정상 문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47.4%가 환자 환급이 필요없다고 답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사전에 전액 본인부담에 대한 동의를 구한만큼 환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선 우선순위…경평 면제 > 급여기준 확대 > 적용대상 제한 완화
그렇다면 업계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RSA 규정 개선이 무엇이라고 꼽았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0부터 8까지의 지수로 답하는 문항 중에서 경평자료 제출 완화에 6.15점을 부여해 개선해야할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대체제가 없는 고가약제들이 RSA로 진입을 하는 상황에서 일반 신약과 동일하게 경평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RSA 계약기간 중 급여기준이 확대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6.1점을 부여했고, RSA 적용 대상 제한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항목에도 5.02점을 줬다.
설문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업계가 제도 유지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제도 운영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정리하고 급여기준 확대 적용과 경평·적용대상 완화, VAT 이중고 등 현장에서 겪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주 기자 (jj0831@dailypharm.com)